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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교양/정치

똑똑한 바보들? 보수주의자는 왜 잘못된 신념을 고수하는가

by Gamangee 2022. 7. 30.

보수주의자들은 공포를 관장하는 편도체가 더 크기 때문에 애매모호하고 불확실한 것을 못 참는다.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해결하고 싶은 무의식적 욕구로 보수주의자는 확실하고 안정적인 것을 믿고 고수함으로써 불확실성을 해결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다.


 

 

 

 

동기화된 추론

 

 사고와 추론 위에는 감정이 얼룩진다. 진화는 이미 존재하는 심리 메커니즘을 덧대고 조금씩 수정해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진화 과정상 인간의 뇌에도 오래된 뇌가 밑바닥에 깔려있고 새로운 뇌가 덮는 형태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의 판단도 포유류와 동일한 감정 회로가 우선적으로 작동하고 나중에 진화한 이성적인 뇌는 나중에 작동한다. 피질 하부 또는 대뇌 변연계는 오래된 뇌에 속하며, 감정적이고 자동적 반응을 담당한다.

 

 

 반면 전전두 피질 같이 인간에게 특화된 새로운 뇌는 추상적 추론과 언어, 의식적ㆍ지향적인 행동을 담당한다. 의식적이고이성적인 사고 활동은 속도가 느리고 에너지(포도당)을 많이 사용하며, 여러 개를 동시에 처리하지 못한다. 인간이 진화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감정적 판단이 우선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감정은 의식적 생각에 선행한다. 이를 초두효과라 한다. 따라서 어떤 감정이 떠오르면, 이성적 사고가 감정을 합리화하는 추론을 시작한다. 이 과정을 동기화된 추론이라 한다. 동기화된 추론의 결과로 인간에겐 인지부조화, 확증편향이 나타나 불리한 정보는 무시하고 유리한 정보만 받아들이는 인지오류가 나타난다. 일단 동기화된 추론의 결과로 감정적 확신이 나타나면 뇌의 네트워크와 신경을 활성화시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논거로 신념을 공격해보았자 통하지 않는다. 이미 믿는 대상에 대한 신경 회로가 너무 촘촘하고 강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동기화된 추론은 누구에게나 존재하지만, 보수주의자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나고 진보주의자에게는 약하게 나타나는 특성을 보인다. 진보주의자는 전전두 피질이 발달해 인지적으로 더 유연하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의 특성

 

 보수주의자의 심리적으로 애매모호하고 불확실한 것을 견디지 못한다. 공포와 위험에 대한 역치가 낮기 때문에 사소한 위험에 대한 단서도 크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새로운 경험에 덜 개방적이고, 사고 과정에 통합적 복합성이 적다. 따라서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종결 욕구가 크기 때문에 빠른 결정과 판단을 하는 성향이 있다. 보수주의자는 삶에 존재하는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때문에 강한 힘과 위계질서를 추구하는 경향이 권위주의로 나타나기도 한다. 힘이 더 쎈 남자들이 분노를 표출할 가능성이 더 크고 싸움에 더 연루되며, 사형제도와 군비지출, 이라크 전쟁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 이유다. 남성이 강한 힘을 추구하는 성향은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며, 분노 표출이 협상 기법으로 잘 먹히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의 이데올로기 

 

 범죄에 강경하고 군사 행동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실험에서 더 뚜렷한 놀람 반사를 보였다. 혐오 테스트에서는 피부의 전기전도성이 더 증가했다. 이는 땀샘에서 수분을 더 내놓아 교감신경계가 더 흥분되었음을 의미한다. 존 히빙은 두 테스트에서 보수주의자들은 무의식적으로 공격으로부터 생명과 신체를 방어하는 것처럼 반응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위험한 도박 테스트에서는 보수주의자들의 편도체 활동성이 더 커지는 것을 관찰했다. 편도체는 공포를 관장하는 부위다. 반면 진보주의자들은 편도체가 아니라 뇌섬이라는 피질 부위가 활성화되었다. 이는 위험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내부적으로 관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진보주의자는 도박을 할 때에도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위해 자기 관찰을 시행중인 것이다. 

 

 

 보수주의자들의 이런 생리적이고 무의식적인 기질은 보수주의 이데올로기에 반영될 것이다. 보수주의는 변화에 대한 저항 및 불평등에 대한 수용과 합리화를 통해 두려움과 불확실성을 해결하려는 심리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이데올로기이다. 보수주의자가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모든 것들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생리학적으로 당연한 것이다. 난민에 대한 반대, 동성애에 대한 반대, 전통과 규범적인 사회 질서 존중, 애국심, 권위주의, 변화에 대한 저항 등의 보수주의적 입장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보수주의자가 추구하는 변화도 따지고 보면 기존의 질서를 회복하려는 욕구에 기반한 것이다. 

 

 

 종교에 관해서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과학에 대한 거부도 마찬가지다. 과학적 증거는 전통적이고 종교적인 권위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보수적 기독교는 진화론,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의 주장을 거부한다. 인간과 공룡이 같이 살았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성서에 그렇게 쓰여있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의 친화성은 비슷하다. 다만 올바른 인간관계의 정의에 대해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의 기준은 다르다. 진보주의자는 공감을 중시하고 보수주의자는 예의바름을 중시한다. 보수주의자는 수직적ㆍ위계적 세계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예의를 보이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 위계 질서가 지나치게 경직되면 권위주의로 나타날 수 있다. 교육에 관해서도 비슷한 입장 차가 나타나는데, 진보주의자는 자유로운 질문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가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라고 보는 반면, 보수주의자는 노력과 절제를 통해 좋은 점수를 받고 품성을 함양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라고 본다. 

 

 

 

* 다음 글에서는 진보주의자의 특성에 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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