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주의는 자신의 관점과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해 변화를 추구하는 이데올로기다. 진보주의자는 새로운 경험에 더 개방적이고 전통과 관습에 저항하는 경향이 있다. 개방성과 진보의 관계는 성별과 키 사이의 관계와 같다.
진보주의적 특성
전대상피질은 전두엽의 일부로 전전두피질과 관련되어 있다. 전대상피질은 교정 반응이 요구되는 실수나 오류를 범했을 때 감지하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교정 반응은 인지 통제, 무의식적 반응을 요구하는 신중하고 계획적인 사고 과정에 필수적이다. 진보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들보다 전대상피질에 회백질이 더 많다. 이는 오류 감지, 모순 감시, 인지 통제에 관련되기 때문에, 진보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들보다 인지 유연성이 크다.
따라서 진보주의자들 대부분은 과학자가 많다. 과학은 증거에 의해 구축되는 학문이고, 기존의 주장을 반박하는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언제든 이론은 폐기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진보주의는 팩트에 기반한 주장이나 이성적 논증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보수주의자의 뇌는 진보주의자의 뇌와 다르기 때문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통한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 진보주의자가 보수주의자를 설득하려면 이성보단 공감을 통해 설득해야 한다.
진보주의자도 전적으로 이성적이고 개방적인 것은 아니다. 트롤리 딜레마라는 실험이 있다. 전차의 선로를 바꾸기 위해 레버를 당겨 소수보단 다수를 살리는 선택을 할 것인지 묻는 실험이 있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레버를 당겨 다수를 살리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레버보다 사람을 직접 밀어 다수를 살리겠냐는 질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다수를 위해서라고 해도 사람을 밀어 죽이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이성적이고 의식적인 공리적 판단보다 도덕적 거부감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는 도덕이 공감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하지만 인종 문제와 결부된 경우, 진보주의자 학생들은 흑인 1명을 희생해 백인 100명을 구하는 것보다 백인 1명을 희생해 흑인 100명을 구할 마음이 더 크다는 대답을 했다. 이는 진보주의자들의 마음속에 약자와 소수자를 우선시하는 심리가 선천적으로 내재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진보주의자의 도덕 매트릭스
[바른 마음]의 저자 조너선 화이트는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의 도덕 기준이 서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보수주의자가 배려/피해 기반, 공평성/부정, 충성심/배신, 권위/전복, 고귀함/추함, 자유/압제 기반 도덕 매트릭스를 가지고 있는 반면에. 진보주의자는 배려/피해, 공평성/부정, 자유/압제 기반의 도덕 매트릭스를 이용해 도덕적 판단을 한다. 따라서 보수주의자가 생각하는 도덕 기준은 엄격한 사회의 질서와 규범, 예의에 의해 결정된다. 반면 진보주의자는 개인의 평등과 공감을 기반으로 한 도덕 기준을 가지고 있다.
배려/피해: 무력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적응적 과제에 맞서 진화한 심리 기제. 고통과 필요의 신호에 민감하고, 잔혹함을 경멸하며 고통받는 이들을 돌보려는 마음을 낳는다. 자신을 희생해 약자와 고통받는 이들을 돌보려는 경향은 친족의 번식 적합도를 높이고 집단 속에서 좋은 평판을 받아 진화적으로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자유/압제: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 모두 압제와 억압에 대한 혐오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진보주의자들은 약자, 희생자, 무력한 집단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자유/압제 심리 기제가 작동하지만, 보수주의자들의 자유/압제 기반은 부족주의, 지역주의적 특성을 띤다. 소수자에 대한 PC주의, 여성 인권을 주장하는 진보주의자들의 주장은 자유/압제 기반 매트릭가 사용된 것이다. 권력자에 맞서는 자유/압제 기반은 주변 사람들을 선동하고 혁명을 정당화하기 위한 언어 능력을 필요로 한다. 저번 글에서 보았듯이 진보주의자 중에 시인, 작가 등이 많은 이유는 광범위한 연상을 통해 언어 능력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공평성/부정: 보수주의자의 공평성/부정 심리는 비례의 원칙과 인과 법칙을 바탕으로 한다. 이는 협력 과정에서 무임승차자를 배제해야 하는 적응적 과제에서 진화한 도덕 메커니즘이다. 보수주의자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개인의 책임과 노력은, 무임승차자를 응징해야 하는 과제에서 유래한 것이다. 보수주의자가 복지를 반대하는 이유기도 하다. 반면 진보주의자는 인과 법칙에 내재되어 있는 부정적인 면(응징)을 불편해한다. 배려/피해 심리 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보주의자는 평등과 분배를 주장하며, 자연스럽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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