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종류
공포는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재빨리 대응하기 위해 마음이 적응한 것이다. 공포의 종류에는 고소 공포증, 폐소 공포증, 광장 공포증, 어둠에 대한 공포, 물에 대한 공포, 뱀과 거미에 대한 공포, 유령에 대한 공포 등이 있다. 이런 공포들 모두 사바나 초원에서 살던 인간이 진화시킨 마음이기 때문에, 인간의 유전 정보에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고소 공포는 높은 나무 위에서 살던 시대에 떨어지면 죽을 게 분명한 높이에 가지 않도록 진화한 것이다. 폐소 공포는 좁은 곳에서 습격당했을 때 도망가기 힘든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진화한 것이고, 광장 공포는 넓은 곳에서 공격받으면 숨을 곳이 없다는 공포 감정이 몸에 밴 것이다.
쥐처럼 어두운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에게는 광장 공포는 있을 수 있지만, 어둠에 대한 공포는 없다. 쥐는 오히려 어둠을 선호하지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의 연구 결과는 인간의 감정이 경험에 기반해 형성된다는 믿음을 무너트렸다. 진화심리학 덕분에 감정의 구조가 타고난다는 본능론이 우세하게 되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진화의 역사 동안 인간의 유전 정보가 새겨지지 않은 공포는 습득하기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이에게 눈에 대한 공포를 학습시키기 위해 하얀 천을 아무리 보여줘도 아이는 눈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공포의 종류는 다양하고, 사람마다 유전되는 것도 다양할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은 사망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고소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광장 공포나 폐쇄 공포는 고소 공포에 비해 위험도가 적었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광장 공포증이나 폐쇄 공포증을 가지고 있고 또 일부는 가지고 있지 않다. 이는 조상의 공포 유전자를 물려받았기에 나타나는 형질의 발현이다.
불안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불안은 무엇일까? 불안은 공포 감정에서 파생해, 막연한 공포가 지속되는 상태이다. 수렵 채집 시대를 살아가던 조상들의 상상력이 발달하면서, 눈앞에 마주한 사물 이외의 상상물에 대해서도 막연한 공포를 갖게 된 것이다. 상상력은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하는 능력을 인간에게 선물했지만, 상상력이 부정적 감정과 관련되게 되면 오히려 우리의 마음을 갉아먹을 수 있다. 적절한 공포의 정도는 항상 변하고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공포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심리 기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은 바로 과도한 공포 반응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지속된다고 볼 수 있다.
불안에 대처하는 첫 번째 방법은 상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미래는 원래 예측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미래의 결과에 대해서는 상상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우리의 인식의 초점을 미래가 아닌 현재에 맞추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게 되면 불안은 줄어들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상상력을 오히려 강화해, 초월적 존재가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바로 종교에 의지하는 것이다. 신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은, 전쟁을 앞둔 병사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심리 상태다. 종교적 상상력이 지나쳐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신이 이해해 준다는 광신적 믿음이 아니라면, 종교를 가지는 것은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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